[정선미의 돈터치] 금리 오르는 것과 시장이 망가지는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시장에 문제가 있나요?"
채권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가운데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에게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한은의 시각을 물었다. 돌아온 답이 이 한마디였다.
이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총재는 금리인상기에도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가 유효한지 묻는 말에 "시장 기대나 포지션이 너무 치우쳐서 가끔 시장이 망가지기도 한다"며 "원칙적으로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 안 할 때는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판단한다"고 답했다.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의 트리거는 금리 레벨이 아니라 시장 기능의 훼손이라는 것이다.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가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1일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도 매파적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은 굉장히 강력하다. 주택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짚었다.
국채금리는 이같은 발언에다 이날 30년물 국채입찰 부담까지 겹치며 초장기물 위주로 또다시 급등하는 장세를 보였다.
민평기준 3년물 금리는 전날 3.790%로 올랐고, 30년물 금리는 10bp 넘게 오르며 4.132%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금리 레벨이 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중동 사태로 인한 프리미엄이 20~30bp 되는 데다 올해 두차례, 내년 1~2회 정도 금리 인상을 반영한다면 기준금리(2.5%)가 시중금리(3.7%)와의 스프레드는 50bp 정도로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인상 경로와 중동 리스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전쟁이 끝나면 20~30bp에 이르는 프리미엄은 자연스럽게 빠질 것이고, 내년 이후 추가 인상 여부는 물가와 경기 흐름을 보며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크레디트 시장이 기능을 멈춘 적이 있다며 지금은 그런 상황과도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에는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고, 우량 회사채조차 소화되지 않았다. 한은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은 거래 자체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채권금리가 올라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아무 데도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시장 금리 레벨 자체에 불편함을 표시한 적은 없지 않다.
지난 2월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스프레드가 70bp에 달한 것을 두고 '과도하다'면서 구두 개입을 했다.
이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고 이후 한은은 지난 3월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진행했고, 재정경제부는 4월 들어 5조원 규모의 바이백에 나섰다.
당시에도 시장 기능이 훼손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은과 재경부가 행동에 나선 것은 시장이 한은의 정책경로를 너무 크게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 그리고 사태 초기만 해도 한은은 '연내 동결'에 무게를 둔 상황이었다.
지금은 금리 레벨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지만 한은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변수는 따로 있다. 바로 물가다. 정확히는 수요 압력이 더해졌을 때다.
한은은 올해 말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그림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한 것처럼 삼성전자 성과급과 코스피 급등에 따른 자산효과,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의 조합의 결과는 내년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내년 물가의 하향 안정화 궤적을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3.1%로 2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생활물가는 3.3% 상승했다.
3%를 넘은 물가가 조만간 4%대까지 오른다면 통화정책 당국에는 '비상등'이 켜지는 것과 다름없다.
수요 압력이 예상을 넘어서면 시장이 반영하는 금리 인상 횟수나 속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채권시장이 물어야 할 질문은 "물가가 어느 속도로 오르는가, 언제까지 오르는가"로 귀결된다.
한편, 시장 기능을 걱정하는 한은과 달리 재경부 시각에는 일부 차이가 있다.
지난달 15일 재경부 국고실장은 "중동사태, 인플레 우려 등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3년물 등 채권시장 금리 상승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 쏠림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황에 대해 "글로벌 공통적인 요인으로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통화정책 역시 빠르게 전환한 부분도 있어 금리가 일정 부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레벨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정부는 변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제부 시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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