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초점)-"금방 끝날 것 같은데?"..이란전 조기 종전 기대에도 원화채 투자자 불안 키우는 두 가지
서울, 3월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의 대규모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 이후 미국을 위시해 한국과 주요국 금리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對) 이란 공격의 중·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 표명과 달리 시장에 여전히 조기 종전 기대가 큰 것을 감안할 때 대내외 금리 움직임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원화채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학습효과로 공급망 교란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늘어난 점, 중동전쟁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확산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 등이 단기 불확실성 확대 국면과 맞물리며 금리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전 오래 안 갈 것"..시장, 조기 종전 전망 우세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미·이스라엘 연합군은 이란의 핵 시설, 탄도 미사일 기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 및 주요 공군 기지를 정밀 타격하고 있고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미국의 동맹국에 탄도 미사일과 드론 보복 공격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4~5주 정도 소요될 걸로 봤는데 더 오래 지속할 능력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고 무엇이든 해낼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예상보다 충실히 전쟁 준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전쟁이 미국의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군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나는 등 미국 측도 공격 초반부터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지난 주말의 중동전쟁 개시 뉴스를 반영해 월요일에 급락 출발했던 뉴욕 증시는 장 후반 반등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움직임이었다.
2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11.1bp 급등한 3.49%, 10년물 수익률은 8.6bp 상승한 4.048%를 기록하며 지난해, 6월6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런던장에서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 수익률은 뉴욕장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반등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상승폭이 확대됐을 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채 시장을 압박한 것으로 평가됐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온도차가 극명했지만 당장 투자자들의 이란전쟁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건 아니다.
아랍지역의 군사적 맹주로 떠오른 이스라엘과 세계 최대 군사강국인 미국 연합군이 내정 불안으로 피폐해진 이란을 무너트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건 이란이 연합군 공격 개시 이후 사흘 동안 중동지역의 미군 기지는 물론 주변국의 공항·호텔·주거 지역까지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UAE 최대 도시인 두바이의 호화 호텔인 페어몬트 더 팜, 부르즈 알아랍 호텔 등이 공격당했고 바레인 수도 마나마, 카타르 수도 도하,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도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이란이 연합군 공격에 대해 주변 동맹국을 대상으로 무차별 보복한 것을 조기 협상 가능성 시그널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더라도 심각하게 약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란이 다소 자해적으로 보이는 중동국가 공격에 나선 것은 내부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라는 진단이다.
A은행 운용부장은 "이란의 미사일 재고에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국가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라며 "오히려 터키든 UAE든 중재자로 나서 협상을 중재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봐야 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전쟁을 최대한 오래 끌어서 이란을 완전히 진공 상태로 만들어 백기투항을 받으려 할 수 있다"라며 "다만 미국 내부 여론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 역시 대외적인 레토릭과는 달리 조기 종전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대표는 "전문가들 분석으로는 미국의 전력 수급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오늘이나 내일 밤이 이번 군사작전의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라며 "미국이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수요일 저녁부터 유화적 제스처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C증권사 채권본부장은 "골드만삭스 분석을 감안해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국제유가가 80달러 정도 가는 게 최대치로 보인다"라며 "미국 금리가 그동안 많이 빠진 상황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9%대로 떨어졌다가 4.04%까지 반등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오를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원화채권도 밀리면 매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戰 학습효과 부담..韓 펀더멘털 개선 기대, 채권에 비우호적
다만 일부에선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학습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도 전쟁이 일주일 안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대세였지만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가격과 주요 가격 인덱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를 근본에서부터 바꿨던 경험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연합군의 이번 공격 이후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가 6%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유럽 TTF 허브의 가스 현물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는 등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파장을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겨울철이 끝나가는 시점이고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평균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이 이어질 경우 2022년과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화채 시장만의 고유한 불안요인도 여전하다.
이란전과 무관하게 반도체 업황 호조 전망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경우 위험자산 가격 반등과 함께 한국의 펀더멘털, 특히 원화 증시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D은행 운용본부장은 "이전에는 전쟁이 날 경우 안전선호로 채권이 강해지는 게 일반 경로였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먼저 반영하는 흐름"이라며 "전쟁이 단기 이벤트로 마무리됐을 때는 주식은 더 오르고 금리는 원상 복구되지만 장기화하면 주식도 못 버티고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에 극단적인 수를 보여준 후 이후 이란의 정권교체 등을 이끌어내면서 전쟁을 컨트롤하고 싶겠지만 과연 그렇게 흐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쟁이 지금보다 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채권은 조심하는 게 맞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의 B외국계은행 대표는 "역외 고객들은 대부분 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1,2주 안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며 "원화는 거시지표가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시장 수급이 바뀌고 있어 좋게 보고 있는데 원화채 금리의 경우 상당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사의 보험료가 50% 올랐는데 나중에 기뢰가 설치될 경우 제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보험료가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공급망 교란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진 않겠지만 국내 경기 펀더멘털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압력이 현실화할 경우 여름 이후 금리인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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